1. 미국 화이트칼라 구조조정 쓰나미
미국은 고용이 유연하다. 유연하다는 것은 보통은 좋은 뜻을 내포하고 있지만, 미국의 경우는 양가적이다. 고용시장이 유연한 만큼 해고도 쉽고 채용(취업)도 쉽다.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고 많은 인원들이 짐을 싸고 있다. 해고의 방식이 참 머스크스러운데, 어느날 아침 회사 계정으로 로그인을 했을때 로그인이 되지 않으면 해고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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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의 ‘잔인한’ 대량 해고…트위터코리아에도 ‘칼바람’
전세계 직원 절반 가량 전격 해고이용자·광고주 이탈…매출 타격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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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로 미국의 Full-time보다는 그나마 좀 더 안정적인(?) 고용 형태가 있는데 마냥 좋은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필자도 회사에 소속되어 근무하는 근로자긴하지만, 기업의 유연한 고용이 보장하는 장점은 많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사람을 뽑을때 엄청난 검증과 프로세스가 필요하기 때문에 적시적소에 필요한 사람을 배치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한번 뽑아 놓은 인원이 Fit 하지 않을때의 리스크가 크고, 한번 강(?)을 건너면 회사가 쉽게 내보낼 수 없기 때문에 근로자가 어느정도 나태해질 수도 있다는 점도 있다. 이는 개인과 조직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기도 한다.
반면에 기업의 입장에서는 다같이 침몰할 수도 있다는 점이 위험하다. 경제 상황이나 시장 상황에 따라서 고정비를 줄이며 허리를 졸라매야 하는데 그런점이 유연하지 못해서 시장 대응이 기민하지 못할 수 있다. 이는 글로벌 경쟁 시장에서 분명히 강점은 아니다.
그래도 최근에 국내에도 조금 자유로운 고용 시장이 활성화 되면서 한때 '현대맨, 삼성맨' 으로 불리우던 평생 직장의 개념도 점점 희미해지도 있다.
고용 시장의 첨단에 서 있는 자유시장주의의 대장, 미국을 살펴보자.

아찔한 기사긴 한데 몸값 높은 '중간 관리자' 즉 화이트칼라부터 칼바람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권력을 쥐고있는 C레벨급 고위 관리자나, 아직은 저렴한 인건비에 쓸모도 많은 실무자보다는 비교적 높은 인건비에 언제든 대체 가능한 '중간 관리자' 부터 칼바람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갑자기 회사에 나이 지긋하신 팀장 형님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간다. '형님들 오래 보고 싶습니다.'

빅테크가 밀집되어 있는 실리콘밸리 뿐만 아니라, 금융 인더스트리의 중심인 월스트리트에서도 화이트칼라 칼바람은 피해 갈 수 없다. 이유는 금리인상과 주가하락이라고 한다. '주식장 안좋으니 너네 나가라, 그래야 성난 민심도 잠재운다' 라는 건가? 허허
2.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최강 노조가 버티고있는 한국에서는 구조조정은 흡사 금기어와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도 현재 경제 상황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최근 스타트업이나 VC쪽에서 대기업의 투자 금액이 씨가 말랐다고들 한다. 한 때 앞다투어 시리즈 A니 C니 엔젤투자니 돈 쓸 곳을 찾아 헤메이던 모습에서 불과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시장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가까운 SI업체 사장님들과 연락을해서 보면, 대기업의 프로젝트가 적어지니, 2차 3차 발주를 먹고 사는 소형 SI 업체들도 일감이 끊기고 어쩔 수 없이 인력들을 내보내고 있다고 한다. 한 때 너도나도 모셔가던 개발자 들 중에서도, 아직은 경험과 연차가 낮은 초급 개발자들 부터 무너지고 있는 모양이다.

현재는 미국 기업의 한국 지사 (트위터, 메타, 아마존 등) 의 구조조정만 일부 일어나고 있는 모습이지만 심심치 않게 증권사나 파산 위기 기업의 인력 감원도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3. 긱이코노미 증가
유튜브, 블로그, 배달 서비스, 개인 재능 거래 플랫폼이 활성화 되면서 개인들도 회사의 울타리를 벗어나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졌다. 이 시장이야말로 완전 유연한 고용시장인데, 이미 '프리랜서'라는 개념으로 오래전 부터 있었다.

코로나와 배달 서비스의 활성화로 배달원들이 증가한 사실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지만, 사실은 돈이 되기 때문에 많이들 한다. 주변에도 직장을 다니면서 저녁에 취미 삼아 겸업으로 3~4건씩 배달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한달에 50~70만원정도 추가 수입이 생긴다고 한다. 하지만 배달 플랫폼의 교묘한 알고리즘에 의해 점점 Lock in 되어가며 정신차리고 나니 주말 내내 홀린듯 라이드를 뛰는 자신을 발견한다고 한다.


사용자와 사용자를 이어주는 다양한 프리랜서 플랫폼이 있다. (숨고, 크몽 등) 그리고 MS가 인수한 링크드인 처럼 사람인부터 잡코리아, 리멤버, 원티드, 개발자 전용 채용앱인 로켓펀치 등 채용 플랫폼도 있다. 예전처럼 취업을 위해선 각 회사의 공채 공고를 기다리고 인적성을 보던 시절에서 인력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다양한 채널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4. 개발자 거품 붕괴
빅테크의 흥망성쇠를 같이 한 개발 인력에 대한 수요도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한 때 억대연봉으로 너도나도 모셔가던 개발자의 몸값이 멈췄다. 물론 데이터 엔지니어링이나 머신러닝 부분에서의 고급 개발자나 고경력 PM이야 걱정할 바 없겠지만, 2~3년전 개발자 열풍에 너도나도 부트캠프, 학원 등에 뛰어든 신입 개발자들의 진로가 예전만큼 못할 것이다.

모든 것에는 부침이 있다. 흐름은 평온하게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현상들에는 비정상화와 정상화가 위 아래로 진폭이 있는 것 같다. 개발자, 부동산 처럼 수요와 공급이 비 탄력적인 부분이 그러하다. (물론 일반 사무직군 보다는 개발 지식과 기술이 있는 인력들이 고용시장에서의 생존에는 더 유리하다.)
2년전 프로젝트를 같이하던 SI 업체 임원분이 이런 이야기를 하셨었다. 판교 블랙홀로 개발인력이 많이 빠지면서 개발자 수급이 매우 어려웠는데, 자격 미달의 신입 개발자들을 채용하려고 하면 (개발 학원 6개월, 비전공, 무경력) 채용 대상자는 보통 이랬다는 것이다.
요즘 개발자 연봉 보통 7~8천만원은 준다던데요? 그리고 저는 경기도권에는 파견 안가고 싶습니다.
물론 개개인의 사정은 다르겠지만 한때 개발자 시장에 이런 현상이 있었다는 것은 심심치 않게 들려왔었다. 어느 분야나 신규 진입자와 고경력자의 조건은 다르기 마련이다.
5. 역시 진정한 노동은 땀을 흘려야...
앞서 말한, 화이트칼라와 개발자의 거품이 빠지면서 다시 땀 흘리는 직업이 주목받고 있다. 필자의 직장 동료들이나 선배들도 보면 '기술도 없고 대체 가능한 우리 일보다는 역시 기술이 최고다..' 라는 말을 자주 듣고는 한다. 하루종일 엑셀이나 파워포인트로 보고서를 쓰는 일보다는 목수, 미장 처럼 전문 기술이 오히려 낫다는 의견도 많다. 또한, 사회 기간 산업의 일자리는 계속 있지만, 고령화와 기피로 인해 공급은 적다보니 임금은 높아지고 있다.

6. 일자리의 변화는 어떻게..?
불과 1,2년전엔 주식과 부동산 활황으로 누구나 FIRE FIRE!!를 외치면 근로소득 무의미론이 퍼졌지만, 급격한 긴축 앞에선 다시금 노동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다만, 코로나 이전과는 다르게 노동시장이 변화되고 있는데 앞서 말했듯이 일반 사무직, 관리직, 세일즈와 같은 화이트컬러의 대거 구조조정 (및 종말) 과 전문직, 저숙련직 (서비스직, 노동 등) 의 일자리는 계속 늘어나면서 일자리도 양극화가 진행중이다.

특히 SW의 발전과 함께 일반 사무직은 RPA (Robotic Process Automation) 이나 AI 등으로 대체되고있다. 사무직들의 업무중엔 단순 반복 작업이나 '인지 업무'가 많은데, 이런 부분이 RPA로도 대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오해가 많은 부분은, 한 사람의 전체 일자리가 통째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전체 업무중의 20~30%가 RPA 자동화로 대체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전체 사무직의 전체 볼륨 자체는 줄어들고있다.
반대로 웨이터, 서비스 직군, 건물 청소부, 관리인 같은 저숙련 일자리는 대체되기가 힘든데 이는 전문적인 기술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대체의 효용이 없어서다. 가령 웨이터가 컵을 가져다 주거나 테이블을 닦는 업무는 로봇으로 대체할 경우 컵을 쥐는 로봇손 등을 개발, 구현하기는 어렵지만 개발한다 해도 차라리 임금을 주고 사람 웨이터를 채용하는게 경제적으로 더 효율적일 것이다. 이를 '모라백의 역설'이라고 한다. 더불어, 전문직도 기술의 발전과 함께 더 고도화되고 있다.
결론은...
이렇듯, 일자리는 양극화되고 파편화되며 좀 더 유기적인 형태로 움직이게끔 변화되고 있다. 이럴때일수록 본진을 지키는것과 전략적인 확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필자처럼 아직 근로를 통한 수입의 비중이 높은 경우엔 내 업무중에 어떤 부분이 대체될 수 있고 자동화를 통해 고도화 할 수 있는 부분인지 파악해야겠다. 아니면 사무자동화쪽으로 커리어를 확장시키는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외적인 부분은, 긱이코노미나 사무자동화(RPA)와 같이 변화하는 노동시장에 수혜를 받는 기업이나 기술에 투자하면 된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이 변화는 급진적이면서 생각보다 빠르게 바뀌진 않기때문에 긴 호흡으로 바라보는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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