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지도 반년이 훌쩍 넘어간다.
다시 글을 쓰는 이유는, 기록하는 습관을 통해 무너진 삶의 리듬을 다잡고자 함이다.
많은 일이 있었다.
친한 선배 덕분에 과분한 기회가 닿아 취준생 대상으로 실무 강의를 했고, 아들은 곧 유치원에 들어간다.
그리고 다른 회사로 이직을 했다.
12년간 다녔던 회사를 나와 다른곳으로 간다는 건 개인적으로는 큰 일이었고 무거운 결정이었다. 표면적으로는 더 큰 회사로 이직하는건 분명 좋은 일이었지만 머리와 마음속에선 많은 고민이 일었다. 하지만 결국 우당탕탕하는 과정을 거쳐 새로운 회사에 온지 어느덧 네 달이 되었다.
많은 고민과 결정을 지나기도 했고, 요즘 주변을 둘러보며 하는 생각이 있다.
선택과 책임에 대해서..
우리는 삶을 살아오며 '선택'에 더 무게를 두는것 같다. 어떤 대학을 가야할까, 어떤 전공을 선택할까, 어떤 회사에 들어갈까, 언제 결혼하고 언제 아이를 낳을까... 아마도 '선택과 결과', 삶을 단순한 인과적 함수로만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선택 이후 삶에 대한 생각은 비교적 깊지 않고, 늘상 선택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적어도 나는 그랬던것 같다.) 내가 한 선택이 잘못되었다, 내가 한 선택때문에 잘 되었다며 자조하며 과거 그 선택을 한 나를 질책하기도 하고 때로는 대견해하며 살아간다.
이직이 지난 나의 삶에서 몇 안되는 큰 결정 중 하나였는데, 아마 시간이 지나도 맞는 선택이었는지는 알 수 없을것 같다. 아니, 삶이라는 경기장 위에서 과연 정답은 있긴 한걸까? 내가 내린 결론은 '아마도 없다'이다. 선택은 찰나지만 이후의 삶은 영원만큼 길기에, 내가 한 선택을 정답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있을 뿐이다. 내가 내린 선택이 맞는 선택이었다고 만들어가기 위한 책임. 그게 진정 중요한 것이다.
두리번 두리번 주변을 생경하게 둘러보고 작은거 하나하나 물어보는 신입사원 모드로 하루를 지내고 집에오면, 집안일과 육아를 하고 잠자리에 든다. 베개맡에 머리를 둠과 동시에 전원이 꺼지듯 잠에 들고, 새벽에 한두번은 깨어 다시 잠을 청하지만 쉽게 잠이 들지 않는다. 그렇게 눈을떠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시 출근하는 일상에 허덕이며 그간 많은 노력을 들여 겨우 궤도에 올려놓은 운동, 독서, 글쓰기 습관이 무너졌다. 다시 살이 찌고 남는 시간엔 소파에 누워 유튜브 알고리즘이 건네주는 인스턴트 같은 컨텐츠를 소모한다. 넷플릭스나 디즈니는 한번 시작하면 끝도 없을것 같아 시작도 안하고 있다. 이직이라는 큰 일을 거쳐 새로운 환경에서 하루하루 전력투구 하고 있느니 당분간은 조금 놓아도 된다라고, 이정도의 정크푸드는 나에게 주는 보상이라고 생각하며 자기합리화했다.
선택과 책임만이 있다고 했던가, 일상속에서 내리는 작은 선택들에 대한 책임은 결국 내가, 그리고 가족들이 지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뒷골이 서늘해졌다. 다시금 운동화 끈을 조이고 책을 드는 삶을 선택하고 더 나은 삶을 선물해줘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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