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헬스장을 등록했었다. 무심코 와이프가 찍은 내 뒷모습이 너무나도 둥그랬다. 어떤 울룩불룩함 없이 수려하게 원을 그리며 떨어지는 내 뒷모습에, 수많은 헬스 유튜버들의 '등 만드는 법' 따위 영상들을 보며 뽐뿌를 받았었다. 헬스를 등록하며 '아들도 조금은 컸고 와이프도 출근하기에 일주일에 2~3번 정도는 내 시간을 내서 체육관을 나갈수 있겠지'라 생각했다. 결의에 차서 결제한 헬스장은 9월 내 2~3번도 안나가며 마감되었고 연장 결제는 하지 않았다.
하루에 2시간 읽고 쓴다던 내 결심도 9월을 마지막으로 10월엔 조금 뜨문 해졌다. 휴직중이던 와이프가 출근하며 아이를 홀로 보는 날이 많아졌다던가, 미뤄왔던 친구들과의 백패킹을 갔다던가 하는 행사들이 있지만 한 달만에 결심이 느슨해졌다. 어쩔수 없이(?) 읽고 쓰지 않아도 되는 날엔 나도 모르게 안도를 했으니깐.
길지 않은 삶을 살아 오며느낀, 삶을 관통하는 진리가 있다면 '작고 꾸준하게' 하는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정답이라는 것이다. 아주 조금씩 삶을 망가뜨리기는 매우 달콤하고 쉬워도 아주 아주 작게나마 삶을 더 낫게 만드는것은 매우 어렵다. 굳이 헬스장을 등록하지 않아도 점심시간, 아침에 회사 계단을 오르던가 팔굽혀 펴기를 조금씩 틈내서 한다던가.. 출근길 지하철, 조금 일찍 출근한 회사, 자리에 일찍 돌아온 점심시간에 읽고 쓰는 것을 한다면 굳이 시간을 내지 않아서 힘을 내지 않아도 괜찮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지금이 때라서 (누구든 하니깐) 빚을 내고 테슬라 몰빵! 하는것도 좋지만, 일정 부분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손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물론 매우 어렵다. '작고 꾸준하게' 하는 것은... 월요일부터 회식으로 과음 과식을 하고 집에 돌아와 1시간 걷고 돌아와 자기 합리화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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