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 완화를 시사하면서 자산시장에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듯 하다. 금리로 직격탄을 맞은 기업의 주가가 크게 반등하고 비교적 견고했던 기업들로 몰렸던 돈들이 이동하는 모양이다. 내가 알 수 없는 변수 (금리, 전쟁 등)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주식을 보면 그러려니 하면서도 여간 피로감이 몰려온다. 이럴때일수록 길가에 돌부리처럼 툭 튀어나온 외부 변수에 걸려 크게 출렁거리지 않으면서도 스테디한한 기업을 찾게 되는데, 미국 프리랜서 중개 플랫폼인 'Fiverr' 가 그런 기업 중 하나가 아닐까.
프리랜서 마켓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
최근에 회사에서 간단히 내부 임직원 대상용 웹페이지를 구축해야될 일이 있었다. 내부 개발을 하자니, 우선순위에 밀리고 외부 SI사 대상 입찰로 진행하자니 그 프로세스가 너무 복잡했다. 그정도 사이즈는 아니여서 간단히 크몽에서 몇 개의 업체(혹은 프리랜서)를 비교해보고 후딱 개발 킥오프를 하고 2~3개월만에 디자인, 퍼블, 개발까지 마무리했는데 너무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서비스나 결과물의 퀄리티 측면에서 내부 인력이나 외부 SI보다 괜찮기까지했다.
계절이 바뀔때 에어컨 청소나, 막힌 배수관을 뚫는데도 크몽이나 탈잉, 숨고 같은 프리랜서 플랫폼을 사용하는 횟수가 늘어난다. 자영업을 하는 친구도 팜플렛이나 로고등을 제작하거나 할 때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라고 한다.
Fiverr 분석
'Fiverr'는 영어권 국가의 프리랜서 중개 플랫폼이다. 아마존이 상품을 거래하는 마켓이라면 Fiverr은 프리랜서가 영상/웹 제작, 디자인, 번역, 프로그래밍, 카피라이팅과 같은 서비스들을 거래하는 플랫폼이다. 이런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거래액의 일부분인 수수료가 Fiverr의 매출이다. 서비스 구매자는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랜서에게 직접 컨택을 하거나 원하는 서비스를 게시하면 프리랜서들이 지원을하고 구매자가 비교/선별하는 프로세스다. 기존 전통적으로 제안서를 작성하고 입찰을 하는 방식에 비하면 더 편리한 방식이다. 서비스 구매자와 제공자는 모두 Fiverr에서 가치를 창출한다.
책 하나로 시작했던 10년전 아마존과 닮아있다. 현재는 서비스 중개 플랫폼이지만, 앞으론 어떤 영역으로 더 확장될지 쉽게 예상할 수 없다.
미국엔 많은 프리랜서 플랫폼이 있었지만 코로나 이후 긴축 등의 과정을 거치며 많은 플레이어들이 이탈되었다. Fiverr 역시 코로나 시절 테슬라보다 더 큰 상승이후, 실적에 비해 매우 과한 평가를 받았지만 현재는 시총 2조원 정도로 내려왔다.
Fiverr를 세가지 관점에서 보자면 아래와 같다.
- 패러다임의 변화에 맞는가.
- 경쟁력, 해자가 있는가.
- 무엇보다 지금 살만한가.
1. 변화하는 Work 패러다임
산업혁명 이후, 굵직한 기업들이 생겨나면서 GE맨, 포드맨, 삼성맨, 현대맨 처럼 평생을 회사에 바치는 회사형 인간들이 근로 시장에서 주를 이뤘다. 이런 굵직한 대기업들은 모든 기능을 안에 갖추고 있다. 법무, 홍보, 마케팅, 개발 등 다양한 조직을 갖추고 비즈니스 전개에 필요한 다양한 영역을 내부에서 소화했다. 그래서 공채, 취업 같은 분기별 큰 행사가 있었고 정직원 같은 획일화된 근로, 채용 형태가 있었다. 직'업'보다는 직'장'이 중요한 시대였다.
불과 최근 10~20년 까지만해도 그런 모습이었으나, 다양하게 산업이 쪼개지고 니치화 되면서 많은 스타트업과 작은 규모의 회사들이 많이 생겼다. 작은 덩치로는 다양한 기능을 외부에 맡겨야 한다. 그래서 프리랜서와 긱 이코노미가 생겨나고 꼭 회사에 종속되지 않아도 개인이 수익을 창출 할 수 있는 채널이 많아졌다.
이런 트렌드의 변화는 방향은 이미 정해졌지만 코로나를 거쳐오며, 사측이든 근로자든 비대면 근무가 익숙해지고 프리랜서, 가벼운 아웃소싱에 대한 경험이 많아지며 더 촉발되었다. 우리는 이미 '업'이 더 중요해진 시대에 살고있다. 중앙 집권적인 방송국 형태에서 유튜브의 개인채널, 아프리카TV처럼 개인 방송을 하는 것처럼 고용 시장도 개인화로 변했다.
서비스의 고도화와 경쟁의 심화로, 동네에서 작은 분식집을 해도 다양한 전략과 마케팅이 필요한 시대다. 배민에 올릴 상품 상세나 이미지를 만들어야 하고 인스타나 블로그 마케팅도 해야한다. 자영업을 하며 세무나 인사(노무) 관련된 일들을 처리해야될 일도 많다. 이런 니즈에 맞게끔 서비스 검색부터 비교, 결제 까지 모든 프로세스가 일원화된 플랫폼은 지속적으로 사용자가 인입될 수 밖에 없다.
또한, 많은 국가에서 코로나때 이탈한 근로자 중 상당수가 복귀를 하지 않아 기업들이 대부분 노동력 부족을 겪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 인재들은 코로나 재택근무를 통해 자신의 일과 삶에 대한 균형과 통제력을 원하게 되어 많은 빅테크 기업들이 재택근무 등을 복지 전면에 내세우고 있기도 하다. 이 말은 기업으로써는 양질의 노동력을 유지하기가 더 어렵게 되고, 개인으로써는 다양한 형태의 근로를 선택할 폭이 넓어졌다고 할 수 있다.
2. 경쟁력이 있는가
아마존이나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자체 PB상품이 아니고서야 같은 상품들을 여기저기서 판매한다. 따라서 같은 상품의 경우에는, 가격 경쟁이나 마케팅을 통해 매출을 일으킨다. 따라서 경쟁이 지속되고 당연하게도 몇 개의 큰 플랫폼만 살아남게 된다. 그 이후엔 점점 더 편하고 상품이 많은 특정 플랫폼으로 락인된다. 쿠팡이 더 싸지 않지만 빠르고 편리하기 때문에 굳이 가격비교 없이 쿠팡에 가서 원클릭 결제를 누른다.
서비스 중개 플랫폼이 이런 이커머스와 다른점은 서비스 제공자의 시간과 공간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아마존처럼 개인인 상당수의 주문량을 쳐내는게 아니라, 한정된 개인의 시간을 온전히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넷플릭스나 아마존처럼 컨텐츠 제공자 1과, 구매자 N의 방식이 아닌 제공자와 구매자가 1:1 방식이므로 매출의 폭발적인 성장은 제한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커머스와 다르게 서비스 중개는 단일 플랫폼으로 Winner Takes All 의 형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우버나 에어비앤비처럼 공간이나 시간을 내어주는 1:1 서비스인 경우가 그렇다. 구매자나 판매자가 시간이나 에너지를 쏟아서 찾아봐야 하니 가장 서비스가 많고 편리한 단일 플랫폼으로 점점 귀속될 것이다. 판매자 입장에선 내 시간과 공간을 여러 플랫폼에 올려서 동시에 판매할 수 없으므로 단일 플랫폼으로 점점 락인되고 단일 플랫폼의 독점력이 공고해져갈것이다.
서비스의 거래의 특성상, 로고를 제작하러 들어왓다가 남아서 상품 상세나 마케팅, 명함도 쓰고 재이용하게 된다. Fiverr 같은 경우에도 주문의 60%가 다시 Fiverr를재이용한다. 플랫폼에 사용자가 남게 하면서 지속적인 매출을 일으키므로 다른 BM과 비교하자면 제조업이나 건설사 같이 씨클리컬하거나 경쟁자의 등장으로 위협을 받는게 아니라 네트워크 효과를 어느정도 누릴 수 있다.
또한, Fiverr은 구독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업같은 경우에는 서비스를 구독 내에서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3. 숫자는?
코로나 시절 지나친 주가 상승을 통해 PSR이 35배 였다. PSR이 35배라는건 순이익이 아니라 매출의 35배라는 뜻인데, 말이 안되는 숫자긴 하다. 빅테크 중에서도 코로나 상승 시절 PSR이 30이 넘은 기업이 거의 없다. (줌 정도). 코로나 유동성으로 과평가를 받았지만, 현재는 PSR은 5~10 사이 정도를 오간다.
Fiver는 연간 거의 17% 의 수익이 있으며, 매출 성장률도 지속적으로 두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수익, 매출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최근 영업손실 42% 증가했고 현금 흐름 또한 좋지는 않다.
4분기도, 성장이 약간은 둔화되고 평평해질 가능성이 짙다. 시장에서도 특별히 낙관적이진 않고 한 자릿수 성장으로 어느새 컨센서스가 이뤄졌다.
액티브 유저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 하다가 최근엔 조금 평평한 모습이다. (아래)
구매자당 거래액은 그래도 지속 증가중이다.
기업 가치를 러프하게나마 생각해보자면, Fiverr의 21년 매출액이 3억달러 (4천억원)다. 결제되는 금액의 수수료는 20%로 이를 매출로 잡는다. 매출액의 5배가 거래액이라는 뜻이다. 간단히 쿠팡에 대입하자면 쿠팡이 대략 20~25조 거래액에 약 40조 시총이다. 이커머스의 경우엔 1년~2년 거래액 만큼시총을 갖는다.
한국의 크몽이 시리즈 C 300억 투자를 받아 현재 가치를 약 2~3천억 정도로 평가 받는다. 티몬 위메프 같은 플랫폼도 1조 밸류를 받는 시장에서 미국과 국내 기업을 단순 비교하긴 무리지만. FIverr는 영미권 국가 전체를 커버하는 프리랜서 플랫폼으로 2조는 과하지 않은 밸류같다. 적어도 1조 이하로는 가지 않을 것 같다.
Fiverr가 보수적으로 연 20% 정도 꾸준히 성장한다고하면 5년뒤엔 매출이 9천억원이다. 그렇다면 PSR 5로 대입하면 시총 4조5천억이다. 현재 시총이 1.5~2조를 오가니 2~3배 정도 주가가 오른다고 추산해볼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10조까지는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리스크는?
물론 몇개의 리스크는 있다. 팬데믹이 끝나며 많은 사람들이 사무실로 복귀하고 있긴 하다, 그리고 경기 침체에 대한 타격은 프리랜서 시장에 더 직격탄이 될거다. 거시적으로 이미 경기침체가 확실시되는 시점에서 둔화되는 이용자의 증가, 매출이 그 반증이 아닐까 싶다. 조금 허무맹랑할 수 있지만, 초거대 AI Chat GPT의 등장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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