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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대한 생각

어도비의 피그마 인수

by 아비투스 2022.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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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어도비가 피그마를 인수한다는 공식 기사가 발표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어도비는 포토샵 때문에 익숙해도, 피그마에 대해서는 잘 모를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 같은 경우에는 현업에서 어도비XD와 피그마를 모두 사용해봤기 때문에 비교적 익숙해서 이번 인수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피그마는 일종의 협업툴인데, 우리가 새로운 서비스 프로덕트를 출시하기 위해 거치는 기획/디자인/퍼블/개발 프로세스를  매끄럽게 만들어주는 기획을 위한 협업툴이라고 보면 된다. 기존엔 기획자가 PPT (혹은 sketch) 로 기획을 하고 디자이너가 포토샵으로 디자인 시안을 만들면, 퍼블리셔가 HTML/CSS 로 퍼블리싱을 한 껍데기로 개발자가 속을 채워넣는 형태였다면, figma로 개발 앞단까지의 프로토타입을 누구든 쉽게 만들 수 있고, 결과물에 대해 다양한 참여자가 유기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게 되었다.

 

출처 : 디자인베이스, 한번이 여러 사용자가 붙어 서로 협업할 수 있다.

 

 최근에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하는 신입사원들은 피그마에 더 능숙하고 익숙하다. 내가 입사후, 엑셀로 보고서를 쓰는 선배들을 보고 놀란 것 처럼 파워포인트로 기획을 한다면 조금은 놀라는 눈치다. 

아니 저걸로 기획을 한다고?? 조별학습 발표하는게 아니라..?? 

어도비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나, XD라는 동일 제품이 있긴하지만 아무래도 조금 무겁고 실제 사용시에 매끄럽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당장 사용자들로부터 Figma는 매우 강력하고 사용자친화적인 툴이었는데 이를 어도비가 인수하였으니, 어도비로써는 굉장한 일이 아니라 생각했는데.. 

 

 

시장의 냉담한 반응...

 어제, Figma 발표 이후 어도비의 주식을 보니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올해 성장주 약세가 계속되어 최근 어도비 주가도 좋지 않았는데 Figma 인수 발표후에는 녹다운이 된 형국이다.  

출처: 구글

시장의 반응을 살펴보니, 전체적으로 너무 비싸게 인수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어도비의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고, 올해 FQ4는 46억 달러의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클라우드로 구독서비스로 디지털 전환하고, 유튜브등 크리에이터 생태계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어도비는 매우 건실한 숫자와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선 1년 수익의 2022년 ARR의 50배를 쳐준 Figma의 인수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피그마를 살펴보자

앞서 말했듯이 Figma는UX/UI 협업툴인데 20년 기준으로 피그마를 사용하는 디자이너는 66%로 19년보다 37% 증가했고 주요 경쟁 제품은 Adobe XD와 Sketch 이다. 실제 리멤버나, 링크드인에서 UX 기획자, 디자이너 채용란에는 이 세 툴중 하나를 다뤄본 경험을 주요 요건에 넣곤 한다. 하지만 Figma가 Adobe XD보다 더 저렴하고 기능에 따라선 학생들에게 무료 버전이 제공되기 때문에, 사회에 막 진출한 젊은 디자이너/기획자들에게는 Figma가 압도적으로 인기가 많다. 

 

출처 : Uxtools.co, 어도비는 3위다.

이번 인수는 어도비의 40년 역사중 가장 큰 규모의 인수고, 어도비는 현금과 주식 반반무로 200억 달러에 인수를 체결했다. 어도비가 이전 인수건인 Marketo를 47억 달러에 인수한 것의 4배 이상 크다. 더군다나 이번 인수가 문제가 아니라 어도비가 수익 예상치를 달성하지 못한 사실에 이번 인수가 발표되었기 때문에 어느정도 절박한 상태라는 생각도 든다. 거래규모, 인수액 그리고 현재의 긴축적인 대외 환경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의 우려가 당연은 하다.

근근히 달성하던 컨센서스를 이번엔 놓침

 

어도비 '고갱님'은 과연 '호갱'일까?

 3위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어도비가 경쟁사인 Figma를 인수한 것은, 어도비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UX/UI 툴에서 뿐만 아니라 크리에이터 툴 시장에서 어도비의 입지를 다시 한 번 다지는데 매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 인수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면 어도비의 현재까지의 행적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2010년내 초반, 클라우드 경쟁이 본격적으로 점화되고 특히 구글 드라이브가 다양한 구글 생태계와 연동되며 막강한 사용성으로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사티아 나델라가 클라우드 수장에 앉음과 동시에 Office 365를 출시하게 되고 파워포인트, 엑셀, 워드 등 직장인의 영원한 친구들을 이 생태계에 올려 공동 편집, 협업 기능을 파워풀하게 제공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업무 영역에서의 클라우드 서비스의 왕좌를 앉게 된다. 어도비도 이런 움직임을 바라보며 기존의 라이센스형에서 구독형으로 전환하기 위해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라는 서비스를 출시하며 막강한 어도비 군단도 클라우드 생태계에 발을 디딘다. 

 하지만 삐까뻔쩍한 출사표에 대비해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는 보통 협업보다는 개인의 업무 프로세스에서 마무리 될 수 있었고 (디자이너들은 한가지의 결과물을 위해 협업이나 공유하지 않고 한 사람이 한 결과물에 온전히 투입된다. 비약일 순 있어도 피카소나 스티븐 스필버그가 한 작품을 협업하진 않는다. 창작의 영역이라 생각하면 편하다.) 와이어프레이밍 같은 경우에는 서로 각기 다른 플레이어들의 협업툴 요구사항이 상상 이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 많은 혹평을 받은 부분이긴 하지만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와 같은 레거시들은 매우 많은 기능덕에 매우 둔했기 때문에 매끄럽게 협업 서비스들을 연결하지 못했을 것이다.  

 돈벌레 어도비가 XD를 무료로 풀면서까지 죽을 쑤고 있을 때, 가볍고 기민한  피그마는 실시간 협업툴을 웹 서비스 형태로 구현했고 사용자 반응이 뜨거웠다. 특히 많은 트래픽에서도 매끄러웠고 다양한 요구사항과 커뮤니케이션을 고려한 서비스도 Fully 반영되어 어도비가 바라던 바를 빠른 시간에 이뤄내었다. 

 

 갖고 싶은건 결국 사야 생각이 안난다. 

출처 : 무한도전


  타노스가 4가지의 스톤을 다 모으고 마지막 타임스톤을 갈구했듯 어도비는 클라우드 기반 협업툴을 위해 Figma라는 마지막 스톤을 아주 비싼 가격으로 사 온것이다. 

 

 계산기를 두들겨보자

 어도비의 현대 주신은 순이익의 23배로 거래되고 있으며 Salesforce(순익대비 33배)와 같은 비슷한 규모의 동종업체에 비해 싸 보일수 있다. 하지만 현재 성장이 12~15%선이고 Figma의 과소비는 회사의 경쟁적 위치와 성장에 많은 의문이 들긴한다. 

 인수건을 살펴보면, 어도비는 어쩌면 빚을 내야할수도 있다. 현금 56억달러로 22년 3분기를 마무리 했지만 41억 달러의 부채도 있다. 따라서 어도비는 현금흐름에 그다지 유연하지도 않고, 현금대차대조표 소진을 감안해도 약 50억 달러의 현금만 보유중이다. 기존 실적을 비춰보다 이후  1년에 20억 달러의 현금흐름을 발생시켜도, 30억 달러가 부족하기 때문에 빚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100억 달러의 희석이 발생할 수 있다. 

  어도비는 자사주 환매를 위해 약 60억달러를 쏟았고 피그마 인수에 매출의 50배를 쏟아냈다. 한창 둔화되는 실적에 어도비가 얼마나 성장에 절박했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매수매도 추천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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